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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생활 이야기

해야만 한다는 강박

by hohoassi 2020. 1. 15.

 

 

여유 라고 하니 갑자가 떠오르던 커피와 쿠키 이미지...

 

 

1월이 반이 지나갔네요.


어느새부턴가 새해에 시작하는 신년목표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게 됐어요.

사실 목표를 세우고 시작한다는 건 연중 어느때라도 할 수 있는 거고
어제와 오늘은 늘 같은 하루하루일 뿐

작년과 새해라는 것도 어찌보면 숫자의 구분일 뿐인데
거창하게 의미두고 하는 게 별로 필요없는 것 같더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게 좋은 거다 생각하고
새해에 나름 목표 점검의 시간을 가지긴 했지요.

 

특히 요즘 다들 관심을 가지는
직장 외 추가 수익에 저도 관심이 생겨서
올해는 직장 외 수입원을 만드는 것이
저의 가장 큰 신년 목표 중 하나인데요.

유투브의 알고리즘의 힘 때문인지
몇 번 찾아 본 유투브 관련 영상들 때문에
요즘 저의 추천피드는 전부 
부자되기 관련 영상들이에요


그래서 출퇴근 기차길에서
조금씩이라도 보면서
다짐을 새로이 하려고 하고는 있는데요.



그래도 목표 설정은 목표 설정이고...다짐은 다짐이고...

나름 매일 저의 신년 목표를 되새겨보며 하루를 시작하려하지만
막상 보면 저의 매일의 일상은 여전히 비슷한 것 같아요.


저의 평일 하루 스케줄을 보면요

아침 6시에 기상
아침 7시에 집에서 나와서 출근
아침 8시에 회사에 도착
오후 5시에 회사에서 나옴
오후 6시에 집 도착
와인 한 잔 하면서 저녁 요리 및 집 간단히 청소
오후 7시쯤 저녁 먹음
오후 8시쯤 넷플릭스 잠시 시청
그 뒤로 그냥 딩가딩가 휴식하다가
오후 10시쯤 침대에 들어가서 잘 준비 하다가 잠듬

엄청 여유로운 스케줄이죠?
특히 한국 기준 이런 스케줄 흔치 않은 것 같아요..




아직은 이렇게 빈둥빈둥 여유를 부리고 있는 저의 일상이지만
마음 한 켠에는 항상 뭔지 모를 불안함이 있답니다.

더 일해야 한다
더 나아가야 한다
더 자기계발해야 한다



생각해보면 과거에도 항상 그랬구요

집에서 아무것도 안하고 있을 때의 하루는
왜 뭔지모를 죄책감이 들면서

 

인생을 온전히 보내고 있지않다 라는 생각이 들던지...

도태되고 말 거라는 불안감이라고 할까요


지금 와서 보면 그렇게 빈둥거린 시간들이
크게 제 인생을 망치지 않았고

지금 나름 열심히 할 일은 다 해오며 살긴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마음 한 켠에는

이걸로 부족해
더 나아가야해
돈을 더 벌어야해

이런 조바심과 치열함이 매일 마음 한 켠에 있는 것 같아요.





제가 볼 땐 이게 약간 한국인의 고질병같아요

모든 한국인이 마음 한 켠에 이런 불안을 가지고
매일매일 치열하게 살아가려고 하는 것 같거든요


특히 네덜란드에 오고나니
그런 한국인의 고질병이 더 눈에 보이는 것 같아요

한국에선 모두가 그러하니 그게 당연한 줄 알았는데
여기 와서 보니 

다들 너무 그냥 맘편히 쉬고 노는?


물론 다 장단이 있는 것 같고
전 한국인의 이런 면이 지금 한국이라는 큰 성과물을 만들어 낸 것 같아서
자랑스럽거든요


여기 와서 한국인 동기끼리 우스갯소리로
한국에서 살다 오면
이미 만렙찍고 오는 거라
다른 나라에서는 뭘해도 다 잘먹고 살거다

라고 하는데



한국의 중고등학교 시절, 취준시절, 직장생활을 다니며 

빡시게 놀고 빡시게 자기계발 '해야만 하는' 환경을 거쳐오다 보니

기본적으로 몸과 마음에 베인 근면성이
여기 사람 기준 상위 10% 속하는 것 같달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처 의식하지도 못한 채로


더 나아가자
더 잘살아야돼
돈 더 벌어야돼
노후대비


이런 것들에 너무 꽂혀서

현재 내가 가진 것에 대한 감사와
멍때리고 빈둥거리는 여유의 소중함을
잊어버리게 되는 걸 보면 좀 안타깝긴 해요
제 스스로를 포함해서요



이 글을 최근 저의 게으름과 빈둥거림에 대한
변명으로 쓰고자 함은 아니지만


모두가 잘 살자고 발버둥칠 때

한 번은


왜 더 잘살아하나
지금 내 손에 쥔 인스턴트 커피를 마시는 행복도 행복이다


라고 스스로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건
'천천히 그러나 끊임없이' 
인 것 같구요



다들 초반 러쉬에 지치지 않고
꾸준히 쉬면서 나아가는 새해가 되길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