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새로 이사하게 되면서
진정으로 외국 서바이벌의 맛을 느끼고 있는 중인 것 같아요.
지난 2년 간은 Furnished된 곳에서 지내면서
모든 것이 갖춰진 집에서 편하게 내 몸과 짐만 가지고 다니다 보니
맨집에 이사하여 처음부터 모든 걸 새로 다 셋팅해야 하는 것의 힘듦을 몰랐거든요.
1년 치 짐을 싸고 양손에 캐리어 들고 한국에서 네덜란드 온 것이
제일 큰 '이사'인 줄 알았는데...
웬걸요.
이 곳의 Unfurnished는 집 안에 조명도 인터넷도 전기도 그 어떤 것도 설치되지 않은
완전 맨바닥 구석이다보니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다 제가 직접 구매해서 설치해야 했거든요.
다행히 제가 새로 이사간 집은 벽지와 장판은 있어서 다행히 장판과 벽지를 골라야하는 수고를 덜긴 했네요.
(그러나 차라리 장판 결정권도 나에게 주었다면...)
처음 이사오고 급하게 구매한 가전 중 하나가 바로 세탁기였는데요.
지금까지 세탁기는 공용세탁기를 같이 사용하거나,
Homie라는 세탁기 렌탈 서비스를 이용했기 때문에
제가 직접 세탁기를 골라서 구매한 건 제 인생의 처음인 것 같아요.
한국에서도 빌트인인 곳에서만 자취를 했기 때문에 네덜란드에서 뿐만 아니라 제 인생 통틀어 처음이요.
사실 공용세탁기나 렌탈세탁기 모델들이 좋은 것도 아니었고
그럼에도 별 불편없이 사용해왔기 때문에
이번에 구매할 때도 대충 제일 싼 세탁기로 구매하려고 했는데
이게 사람 마음이 간사한 것이
세탁기를 한 번 사면 10년은 쓴다는 말을 들으니
돈 몇 백유로 더 주더라도 좀 좋은 걸 사고싶다...라는 마음이 생기더라구요.
사실 저렴한 모델로 구매하면
300~400유로로도 구매 가능한데...
이왕 사서 오래오래 사용할 거...100유로만 더 보태면...50유로만 더 보태면...
하면서 모델 티어가 조금씩 올라가기 시작했어요.
그래도 일단은 600유로 안에서 구매한다는 상한선은 확실히 정해놓고
그 안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기로 했지요.
주위에 물어보니
아무래도 제일 좋은 가전 브랜드는 밀레로 치는 것 같더라구요.
밀레가 제일 튼튼하고 오래가고...절대 고장안나고 10년 20년 끄떡없이 간다 라는 이미지?
제 친구도 어머니가 쓰시던 밀레 세탁기를 여전히 쓰고있고,
다른 친구도 밀레 세탁기를 쓰고 있고...
정말 집 사서 정착하고 가족이 여러명이면
밀레 가전을 사는 게 좋은 투자라는 생각이 들게끔 하는 이미지였어요.
그런데 밀레 세탁기는 기본가가 1,000유로 전후에서부터 시작...
그래서 600유로를 상한선으로 잡아놓은 저에게는 턱도 없는 브랜드였어요.
그래서 밀레를 제하고 알아보니 보쉬 가 가격면에서도 너무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독일 브랜드 이미지를 잘 유지하고 있는 (기본에 충실하고 튼튼한) 브랜드더라구요.
그리고 이번에 유럽에서 가전쇼핑을 하면서 전반적으로 느낀 거긴 하지만
유럽에서 삼성과 LG 가전에 대한 브랜드 이미지가 매우 좋고 아주 잘 알려져 있답니다.
한국에서는 크게 별 감정없던 브랜드들인데
유럽 나와서 보면 웬지 뿌듯하고 자랑스러운 것이..내 안의 숨겨져있던 애국심을 한껏 끌어내주곤 했지요.
그래서 이런저런 리뷰들을 찾아보면 삼성, LG 가전들에 대한 평들도 매우 좋아서
LG 세탁기도 옵션 안에 추가시키게 되었어요.
네덜란드에서 가전을 살 때는 보통 두 가지 쇼핑몰을 가장 많이 이용하는데요.
하나는 Media Markt 미디어 마트 이고
하나는 CoolBlue 쿨블루에요.
미디어마트는 새빨간 색이 포인트이고 쿨블루는 이름대로 쿨블루한 색깔이 포인트.
미디어마트가 더 규모도 크고 독보적인 느낌이긴 한데
가끔 서비스에 대한 불평들이 들리더라구요.
특히 배송 서비스 부분에 있어서요.
아무래도 원체 규모가 크다보니 그런 이슈들이 더 많이 생기는 것 같았어요.
쿨블루는 미디어마트만큼의 규모는 아니지만
좀 더 선별적이고 깔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라는 이미지였어요.
미디어마트보다는 가격이 비싸기도 하지만,
모든 스태프들과 배송서비스 직원들이 제대로 훈련받고
고객서비스를 실천하는 느낌. (네덜란드에서 이런 곳이 흔치 않지요)
두군데 전부 환불정책은 확실한 것 같아서 그런 점은 비슷했구요.
미디어마트에서 고장난 가전에 대해 확실한 변상/수리 서비스를 받은 적이 많아서
그 부분은 미디어마트도 아주 믿고 맡길만 하다고 생각하구요.
쿨블루도 비슷한 것 같아요.
이번에 세탁기는 쿨블루에서 구매했었는데
배송/설치 공짜는 물론, 한 달 내 마음에 안들면 언제든 전화하면 도로 가져간다고 하더라구요. 전액 환불은 당연하구요.
아무튼 이번에 저는 미디어마트와 쿨블루 두 군데 모두를 확인해보고
마침 제가 사려는 세탁기는 두 군데 모두 가격이 동일하길래
배송서비스 평이 더 좋은 쿨블루에서 구매했어요.
세탁기 브랜드를 보쉬와 LG로 추린 것 까지는 의외로 금방했는데
이 둘 중에 하나를 고르는 게 정말로 머리아프더라구요.
둘 다 기능도 가격도 너무 비슷했거든요.
한편으로 생각하면 유럽 온 김에 독일 브랜드를 써보자 싶은 마음도 들고
또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그래도 요즘 가전은 LG가 여러모로 '날리고' 있고
스팀기능이라던가 터보워시라던가...뭐 말장난같긴해도
기본 이외의 뭔가 '쿨'한 기능들을 넣어둔 것이 좀 더 마음에 들기도 했거든요.
그리고 한국가전 특유의 버튼 누르거나 돌릴때마다 들리는 또로롱~한 사운드도
여기와서 보니 나름의 매력뽀인트!
그래서 보쉬와 LG 세탁기 나란히 놓고 의외로 몇시간을 고민하게 되었어요.
남자친구와 몇시간을 검색하고 토론하고 서로에게 물어보고...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다시 알아보고...
최종적으로 고민했던 두 모델은 BOSCH의 WAT285C0NL
그리고 LG의 F4WV708P1 Direct Drive
둘 다 브랜드 이미지도 좋고 가격도 비슷하고 성능도 비슷해서 더더욱 고르기 힘들었답니다.
둘 다 15분 초스피드 세탁 기능도 있고 터치 스크린에
보통 세탁프로그램은 다 동일하게 있으니
딱히 서로 차별화 될 만한것이 없어보였거든요.
그래도 각 모델의 특장점을 골라보자면
보쉬: 터치스크린이 엄청 편리하고 스크린 속 글자가 더 커요. 이 인터페이스가 무척 마음에 들어 구매욕을 자극시켰어요.
LG: 다이렉트 드라이브라고 해서 기존의 고무밴드 연결없이 모터가 바로 연결되어, 소음이 훨씬 적고 모터 수명이 길다고 해요.
막판에 이 두 특장점을 놓고 어느 것을 고를까 하다가
결국 LG로 선택했어요.
솔직히 말해서 애국심이 1% 작용해서 그 1%로 LG가 선택된 것 같아요.
독일브랜드가 더 튼튼하고 오래간다고는 하지만
이제 삼성LG가전들도 10년은 맘먹으면 쓸정도로 튼튼한 게 공인되어있고...솔직히 제가 이 세탁기 10년 쓸 것 같지도 않거든요.
그래서 튼튼함은 막판에 우선순위가 뒤로 좀 물러났답니다.
그리고 첫 세탁을 해본 느낌은요?
세탁기는 그냥 세탁긴데...빨래 끝나면 빨래감 나오는 건 다 똑같은데
왜 그렇게 고민해서 골랐을까.....
...는 농담이구요.
세탁 중에는 확실히 소리가 엄청 적고 조용한데
탈수할 때는 변함없이 소리가 우렁차던데요?
리뷰에 하도 조용하다고들해서 너무 큰 기대를 했나봐요.
아무튼 저의 첫 구매 세탁기는 LG세탁기가 되었어요.
사용하다가 추가하고 싶은 리뷰가 생기면 여기에 이어서 업데이트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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