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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생활 이야기

네덜란드 누드스파 이용기_자연으로 돌아가는 극강의 프리덤

by hohoassi 2020. 1. 3.



네덜란드에서 아주 짠돌이 생활을 하는 제가  나름 찾게된 휴가보내기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스파인데요.


몇 번 다니다보니 왜 더치사람들이 이렇게 스파를 좋아하는지 점점 더 이해되는 느낌이에요.

스파라곤 하지만...그냥 우리나라의 찜질방 문화랑 비슷한 것 같아요.

사우나와 온수물에서 몸을 녹이고 충전한다는 컨셉은 똑같거든요.


특히나 겨울이 길고 우중충한만큼

몸이 늘 움츠러들고 우울해지는 느낌인데

 

이 때 발가벗고 각종 테마의 사우나를 돌아다니면서 하루를 보내다보면

경직되어 있던 몸과 마음이 절로 풀리는 느낌이거든요


그리고 보통 호텔식 부페나 각종 메뉴들로 먹을 것도 잘 되어 있어서

물에 있다보면 허기지기 쉬운 배를 쉽게 채울 수도 있구요.



다만 대부분의 대규모 스파들은 전부 다 누드스파랍니다.



한달에 한두번정도 수영복 데이가 있긴 하지만,

자주 있는 날도 아니니 맞춰 가는 것도 어렵고

 


누드와 수영복 둘 다 이용해보니 누드스파가 훨씬 더 자유롭고 해방되는 느낌? 



뭔가 누드의 상태에 있는 자체가

묘한 자유감과 해방감...그리고 휴식감을 주더라구요.



아무튼 누드스파라고 하면

처음 말만 들을 땐 뭔가 되게 파격적인데

막상 가면 사람들이 너무 일상적인 표정으로 남녀노소 다 벗고 있으니

그냥 에덴의 동산으로 돌아간 느낌이랄까요.



오히려 옷입은 사람이 이상해보일정도로요.

그런 걸 보면 사회적 통념이라는 게 절대적인 게 아니라는 걸 다시금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아무튼 막상 가고나면 별 거 아닌 것 같은 누드스파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해볼까 합니다.




스파에 도착하면 탈의실에서 탈의를 하구요

(스파마다 다른데 탈의실이 남녀공용인 곳도 있고, 남녀구분이 되어있는 곳도 있어요)

이동할 때는 목욕가운을 걸치고 돌아다니면서

샤워나 사우나,욕탕에서는 전부 발가벗고 남녀 같이 이용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탕에서 나오기 무섭게 가운으로 몸을 가리고

올누드로 다리 쫙벌하고 썬배드에서 잠든 사람들을 보면서

경악하기 바빳는데요

 

그것도 한 30분이지,

그 뒤로는 저도 그냥 가운없이 아무렇지 않게 다닌 것 같아요.

벗은 몸도 하도 수백명을 그냥 한자리에서 보다보니까

감흥도 사라지구요.

물론 정말 소오오올찍히 말해서

아무 생각없다가도

100명 중 1명꼴로 

몸이 엄청 특이해서 시선을 사로잡는 경우가 있긴 하거든요?


근데 그냥 옷입고 있어도 

보통 몸매나 신체가 특이하면 뭔가 눈이 가잖아요?

그냥 그거랑 비슷한 느낌이에요.



아무튼 벗고 다니는 건 생각보다 금방 익숙해 진다는 거.


위에서 말한 다수가 동의하는 게 정상인 통념이 되는 이상

인간으로서 모두가 너무 자연스럽게 하고 있으면

저도 같이 자연스러워지더라구요.

 

무리생활에 적응해온 인간의 지독한 적응유전자인건지...



아무튼 가장 최근에 다녀온 스파인 Therman Bussloo 에 대해 이야기해볼게요.

 

 

Thermen Bussloo의 전경

 

 

네덜란드에서 가장 베스트 스파라고 꼽히기도 해서

작년부터 가보고 싶던 곳인데

 

그 당시에는 로테르담에서 살던 터라

이동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그냥 다른 곳으로 갔었더랬지요.

 


모든 스파들이 그렇듯 대중교통으로 편하게 가기 힘든 외곽에 있거든요.

 


그러나 이번에 디벤터로 이사오면서 

이 스파와 차로 불과 20분정도 떨어진 아주 지척이라는 것을 알게되어

이사오자마자 가장 먼저 계획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이 스파 방문이었답니다.

 

그러나 저희는 차가 없지요....


차로 20분 거리이니 나름 기차와 버스로 편하게 가리라 생각했다가

하필 대중교통이 잘 안다니는 마당에 (시골이라 대중버스도 예약제로만 운행되는 요상한 시스템) 

택시도 잘 안잡히는 1월 1일 신년에 가버려서

오가는 길은 매우 고생을 했답니다.

 

호오오옥시라도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여기 가실 분들은

택시 이용하실 생각하고 오시는 게 나을 것 같구요

근처 기차역인 Twello 기차역에서 택시타면

약 10분 남짓 걸리고 택비시는 25~30유로 정도 나와요.




스파 이용료는 

Full Day 기준 36~40유로 정도 해요. (날짜마다 약간씩 다름)

Full Day면 보통 오전 10시부터 밤 11시까지?

오전 오후 나뉘어서 입장료 반만 내고 이용할 수도 있구요.

오후 입장이 대충 4시 정도인 것 같더라구요.

 

그런데 스파를 몇 번 이용해보니 느끼게 된 것이

스파가 오전/오후 느낌이 많이 달라서 오전/오후 걸쳐서 두 가지 맛(?)을 다 느껴보는 게 제일 좋은 것 같더라구요.

 

같은 장소인데도 해 지기 전과 해 진 후의 느낌이 정말 다르답니다.

해 진 후의 불 켜진 야외에서 온수욕하는 건 느낌이 또 정말정말 새롭거든요.

그런데 낮 시간에 햇빛 아래서 온수욕 하는 것도 나름의 묘미라서, 놓치고 가기엔 또 아쉽구요.

 

그래서 제 생각엔 Day 입장권으로 끊어서 

오후 2시부터 오후 9시 정도로 이용하는 게 제일 적당한 것 같아요.

7시간이 굉장히 길긴 한데요,

 

보면 여기 사람들은 책 가져와서 그냥 라운지에서 책 읽기도 하고

수면실 같은 공간에서 잠시 자기도 하고...중간에 부페도 먹고 하면서 

다양한 방법으로 시간을 보내더라구요.

 

저는 딱히 책읽거나 자거나 하진 않았지만

중간에 뭐 먹고 좀 걷고...여기저기 사우나 돌아다니다보면 6시간 정도는 금방 가는 것 같아요.

 

 

여느 스파들과 마찬가지로 Thermen Bussloo도 다양한 사우나가 있어요.

 

이건 '아시아 사우나' - 여기 네덜란드 와서 웃기다고 생각하는 건 한자 몇개 적어놓고 아시아 테마라고 부르는 경우가 종종 있더라구요 ㅎㅎ 

 

이건 소금 사우나. 저 빛나는 부분이 소금원석이었어요.

 

 

이건 로즈 사우나. 사진의 왼쪽 대리석같은 곳에 뜨거운 돌이 막 쌓여져있는데 거기서 은은한 장미향이 나요.

 

이건 무슨 사우나였는지 기억이 잘 안나는데 드라이 사우나 중 하나였어요.

 

 

이런 식으로 각종 다양한 테마의 사우나들이 15개 정도 된답니다. 

원적외선 사우나, 파노라마 사우나, 히말라야 사우나, 러시아식 사우나, 핀란드식 사우나... 다양해요.

 

 

그리고 이렇게 수면실도 있어서 중간에 잠시 낮잠을 자도 되구요.

 

 

 

터키식 스타일의 온탕

 

 

이건 밤의 스파 분위기를 잘 나타내는 사진이네요. 실내에서 실외로 이어지는 온수풀같은 곳이에요.

 

 

 

 그리고 이 Thermen Bussloo의 완전 시그니처 욕탕인 게 하나 있는데!!!!!!!  바로 이 호수 소금온탕이에요.

 

 

첨에 사진만 보고선...사진발이겠지 생각하며 기대도 안했는데...

 

웬걸..들어가면 마치 요정의 호수에서 헤엄치는 것 같아요.

 

진한 소금물이라서 몸이 둥둥 뜬답니다.  그래서 저기가면 사람들이 다 둥둥 누워서 떠있어요.

그런데 여기서 더 놀라운 셋팅은 물 안에서 음악이 들린다는 것...그것도 아주 영롱한 음악이요.

 

 

그래서 사람들은 둥둥 누워 떠서, 귀까지 물에 잠기게 해서

물 안에서 들리는 영롱한 음악소리를 들으면서 저 운치를 즐기는 거지요.

 

경치만으로도 이미 요정의 호수급인데, 물 안에서 들리는 영롱한 음악 때문에

그 감상이 더욱 배가 되는 느낌이에요.

 

낮에 처음 갔을 때도 좋았는데

해지고 밤이 되어서 한 번 더 가니 더 환상적이더라구요.

 

특히 바깥 날씨가 춥다보니 온수로 인한 열기가 저 동굴 안을 가득 메워서 

마치 안개 속 호수에서 수영하는 듯, 신비로운 느낌이 극에 달했거든요.

 

 

 

누워서 바라보는 천장샷도 있으면 좋을텐데..그건 아쉽게도 찾을 수가 없네요.

 

이 외에도 하맘 온탕 (소금마사지를 할 수 있는 곳), 월풀욕조 등등 다양한 컨셉의 온수냉수탕들이 있구요

 

여름에는 근처 호숫가도 개방되어 호수에서 수영하고 놀 수도 있다고 해요.

 

 

그리고 이런 스파들은 전부 다 호텔형이라서,

보통은 1~2박 하면서 천천히 힐링을 즐기는 경우도 많은 것 같아요.

 

좋아하는 책 가져와서 2~3일씩 아무것도 안하고 온수와 사우나를 즐기면서 

책 읽고, 낮잠자고, 온수욕하고, 사우나하고, 부페먹고,

밤되면 호텔방 들어가서 자고....

 

 

너무나 힐링되고 충전되는 휴식방법 같지 않나요?

 

입장료도 각종 프로모션들을 (마사지 프로모션, 부페 프로모션, 1+1 입장 등등)

스파 별로 다양하게 진행하는 것 같으니

 

잘 이용해서 가면 큰 부담없이 다녀올 수 있는 것 같구요.

 

 

저도 이번에 2인 기준으로 Full Day 입장료 37유로 (1+1 프로모션이었어요)

그리고 런치부페 35유로 정도 해서

약 70유로 쓴 것 같아요.

 

인당 35유로에 스파 종일 이용권에 런치부페면

정말 괜찮은 것 같지 않나요? 

하루를 꼬박 여기서 보낼 수 있거든요.

 

 

누드스파라고 하면 심리적으로 장벽이 높게 느껴져

시도할 엄두도 안나는 분들이 많으실텐데

 

이 글 보시고 관심이 생기신 분들은 꼭 이용해 보셨으면 좋겠어요.

영 부담스러우면 수영복 데이에서라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