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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생활 이야기

디킨스 페스티벌 - 온 마을 전체가 혼신의 힘을 다해 만드는 사랑스러운 축제

by hohoassi 2020. 1. 2.

 



다들 네덜란드를 떠올리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제가 네덜란드 오기전에 가지고 있던 네덜란드의 이미지를 떠올려보면...치즈,튤립,풍차 뭐 이정도? 

 

지금 네덜란드에서 산 지 만 2년을 꽉 채웠음에도 불구하고 저 이미지에서 크게 더 달라진 것 같지도 않긴 하지만요.

2년간 네덜란드의 이런저런 도시와 타운을 돌아보며 느끼는 거지만 

네덜란드는 정말 살기 편하고 좋긴 하면서도 

딱히 뭘 '캐릭터' 삼아 얘기해야할지 애매한 부분도 없지 않아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관광으로 크게 알려져있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요. 



우리 기준에서 보자면 약간은 투박한 그네들의 정서상 

구태여 필사적으로 알리려고 하지 않는 것도 이해가 돼서 그냥 그러려니 싶긴 했는데요.

 

 


이번에 제가 사는 디벤터라는 작은 타운에서 열리는 디킨스 페스티벌을 다녀오고 나서는 마음이 바뀌었답니다. 

이렇게나 사랑스러운 페스티발이 이토록 알려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통탄을 금치 않을 수 없었어요.

 


우선 디킨스 페스티벌이 뭐냐하면...

 


영국의 유명한 작가인 찰스 디킨스를 기리는 페스티발로

마을 사람들이 찰스 디킨스 작품에 나오는 캐릭터로 분장하고 마을을 막 걸어다닌답니다.

거의 작품에서 튀어나온 수준으로...다들 혼신의 힘을 다해 캐릭터 분장을 하는 것 같아요.

 

작품에 나오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하고요.

전 찰스디킨스 작품을 잘 몰라서 봐도 무슨 작품인지 몰랐을 거지만요.

그냥 뭔가 그 시대의 마을로 타임머신 타고 돌아가 구경하는 기분이 들 정도에요. 

 



디킨스라고 하면 영국의 대표적 작가인데


왜 디벤터라는 이리도 작은 시골마을에서 전통적으로 디킨스 페스티벌을 열게 되었나 궁금했는데,

생각보다 단순한 이유였더라구요.


디벤터에 디킨스의 큰 팬클럽이 있었대요.

그 사람들이 모여 디킨스를 기리는 행사를 자그맣게 시작하다가

지금은 마을 전체가 축하하는

엄청나게 사랑스러운 축제로 바뀌게 된 거라고 해요.

 


이번에 디킨스 페스티벌을 가보면서

육성으로 절로 계속 친구들과 주고받은 말이 하나 있는데...

"이 사람들...정말 1년동안 이 축제 준비 하려고 이를 갈고 있던 느낌이야..!"  였어요.



작은 골목 하나하나를 걸을 때마다... "이 사람들..정말 작정했구나!" 라는 말이 저도 모르게 터져나온답니다.



축제는 12월 중순에 토,일 양일간 진행되는데,

저는 이번에 일요일 축제 거의 끝날 때 다돼서 겨우 다녀왔거든요.

(당시 새 집 입주 전 임시로 근처 다른 도시에서 에어비앤비 중이었어요)

 

 

현지인들도 잘 모르는 축제다보니 크게 기대 되지도 않고

마침 날씨도 비바람이 센 전형적인 더치 겨울날씨다보니 밖에 나가기도 귀찮기도 했구요.

 

그래서 제가 갔을 땐 축제가 거의 마무리되는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디벤터 기차역에 내리자마자 갑자기 동화 속으로 온 듯한 느낌에 계속 어린애처럼 꺅꺅 거리며 다녔답니다.

 

잠시 제가 찍은 사진들 구경하실래요?

지나보니 너무나 이쁘고 사랑스럽던 골목골목의 풍경을 못 찍은 게 참 아쉬워요.

사람들의 분장이 너무 놀라워 열심히 사람들만 찍었는데,

사실 축제의 경험을 더 행복하게 해 준 건, 마을 골목골목마다 꾸며진 사랑스러운 셋팅이었거든요.

물론 디벤터는 원래 이쁘기로 유명한 마을이긴 하지만요. (이건 다른 포스트에서 나중에 따로 다룰게요)

 

 

 

디킨스가 살던 그 시대로 돌아가 상인들을 보는 듯한 느낌이에요

 

다들 디킨스 동화에서 튀어나온 것 같죠? 건물 앞에서 일렬로 서서 행인들을 맞이하고 계시더라구요.

 

 

매년 마을에서 자랑스럽게 개최하고 모든 마을 주민들이 참여하는 축제다보니

다들 평생의 커리어가 된건지,

 

분장 수준이나 연기 수준이 (거리에서 연기하고 다니는 캐릭터들도 많이 있거든요) 장난이 아니에요.

혼신의 힘을 다한 매년이 모여 만들어내는 경지라고 할까요.

 

아래는 공식 홈페이지 (https://dickensfestijn.nl/) 에서 가져온 축제 이미지들이에요.

 

 

참고로 축제때마다 10만명 정도의 사람이 몰리는데요. 마을 자체가 매우 작다보니 정말 사람이 미어질 정도로 복잡한가봐요. 제가 갔던 일요일 오후 5시 정도는 사람들이 거의 다 빠지고 한산했기 때문에 잘 느끼지 못했지만...원래는 이렇게나 길게 줄서서 들어간다고 해요. (마을 입구에서부터 통제)

 

 

어릴 때부터 축제에 참가하는 아이들. 그런데도 이미 분장이나 연기가 동화 속 한장면에서 튀어나온 듯 완벽하죠?

 

다시 한 번 참고로...이 분들은 배우가 아니라 동네주민이랍니다.

 

 

이 분도 월요일엔 회사출근하는 동네주민일텐데...

 

 

이 분은 디킨스 캐릭터로 살기 위해 태어난 듯한 느낌이에요. 그 시대에서 튀어나온 것 같죠?

 

 

 

이런 식으로 동화 속 한 장면을 다같이 연출한다고도 해요. 디킨스 작품을 몰라도 그냥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느낌에 마냥 신난답니다.

 

 

숨겨져있던 보물을 하나 발견한 듯한 디킨스 축제에요.

네덜란드로 여행오는 분들도 잘 없고, 오더라도 디벤터를 오시는 분은 많이 없으시겠지만

혹시라도 시간과 기회가 맞는 분들은 꼭 디킨스 페스티벌을 와보시길!



상업적이거나 큰 마케팅 홍보가 이루어지지 않아  알려져 있지 않을 뿐

제가 가본 그 어떤 축제보다 사랑스럽고 행복한 축제였답니다.